회장 관련 도서

회장규조

저자/편자
저자 미상
발행연도
박해 시기
자료 형태
필사본
유형
회장 지침서
원문 상태
원문 준비중

박해 시기 회장의 역할과 본분을 정리한 지침서로, 공소 공동체를 돌보고 신부와 신자를 연결했던 회장직의 성격을 보여준다.

해제 본문

한국 교회에서 ‘회장’은 박해 시기 이래 공동체를 유지하고 신앙을 전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러한 중요성에 걸맞게 다양한 지침서들이 만들어졌다. 여기서는 그 중 『회장규조』(박해 시기, 필사본), 『회장의 본분』(1913, 등사본), 『회장직분』(1923, 활판본), 『회장피정』(1931, 등사본)을 선정하여 소개한다.

한국 교회에서 회장(Catechiste)이라는 명칭이 처음 확인되는 자료는 1797년 8월 15일 북경의 구베아(Gouvea) 주교가 사천 대목구장 생 마르탱(Saint-Martin) 주교에게 보낸 서한이다. 이 서한에서는 최인길(마티아)을 이승훈(베드로)이 임명한 초기 회장 가운데 한 명으로 언급하고 있다. 또한 1801년에 작성된 황사영(알렉시오)의 「백서」에서는 최창현(요한)을 총회장, 정약종(아우구스티노)을 명도회장, 강완숙(골롬바)을 여회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한국 교회 창설 초기부터 여러 명의 회장이 교회를 위해 활동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회장직은 본래 주교의 권한에 따라 신부가 임명하는 직분이었다. 따라서 한국 교회에서 회장제는 1794년 말 입국한 중국인 주문모(야고보) 신부에 의해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주문모 신부는 입국 이후 지역 · 단체 · 여성 등 사목적 필요에 따라 회장들을 임명하여 신자들을 관리하도록 하였다.

1801년 신유박해가 발생하면서 신자들은 각지로 흩어졌고, 피신한 산곡에서 교우촌을 형성하며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이때 이들을 지도하며 교우촌을 이끌어간 사람이 바로 회장이었다. 따라서 회장들은 박해 시기에 한국 교회를 실질적으로 지탱한 주역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회장의 역할은 선교사들이 재입국한 1876년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선교사들이 교회를 재건하던 시기는 물론, 1886년 한불조약으로 선교의 자유가 보장된 이후에도 이들은 한국 교회가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이 되었다. 즉 늘어나는 신자 수에 비해 성직자 수가 적은 상황에서 신부들의 역할을 대신할 회장의 존재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제 강점기에도 회장의 기능과 중요성은 변함없이 유지되었다.

이처럼 회장의 역할이 중요했던 만큼, 박해 시기부터 일제 강점기에 이르기까지 ‘회장의 본분’을 알려주는 지침서들이 만들어졌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박해 시기의 저술로 알려진 『회장규조』(필사본)이다. 1865년 베르뇌(Berneux) 주교가 평양의 정 빈첸시오에게 내린 「평양 회장 발령장」을 보면, 회장의 역할은 공소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돌보고 성사 준비를 돕는 일, 그리고 외교인들에게 천주교를 전하는 일로 규정되어 있다. 또한 1868년에 순교한 최사관(예로니모) 회장 역시 교우들을 통솔하고 신부와 신자 사이를 연결하는 일을 자신의 직무로 이해하였다. 『회장규조』(필사본)에는 이와 같은 박해 시기 회장의 역할과 본분이 잘 정리되어 있다.

『회장규조』(필사본)가 선교의 자유기에도 통용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1873년 북경에서 간행된 한문본 『會長規條』의 한글 번역본(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시기에도 회장 지침서가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회장이 어떤 존재이고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오랫동안 알려져 왔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별도의 지침서가 없더라도 회장제의 운영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1910년대에 들어서면서 회장 직분을 중점적으로 다룬 지침서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1912년 김원영(아우구스티노) 신부가 행주 본당의 공소 회장들을 위해 저술한 『회장필지』를 비롯하여, 1913년에는 대구대목구에서 교구의 회장들을 위해 “회장의 덕행, 임무, 피정” 등의 내용을 수록한 『회장의 본분』(등사본)을 만들었다. 드망즈(Demange) 주교는 서문에서 ‘이 책은 본분을 몰라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회장들을 위한 지침서이며, 새로운 의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고 있는 것을 더 쉽게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해설서’라며 이 책의 존재 의미를 밝혔다. 『회장의 본분』(등사본)은 교구 차원에서 제작된 최초의 회장 지침서로, 이후 1935년 활판본으로 다시 간행되었다.

이어 1917-1918년에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회장 제도의 마련을 위해 『경향잡지』(1917년 1월 1918년 5월)에 「회장직분」이 연재되었다. 이후 1923년 서울대목구는 이 연재물과 『회장의 본분』을 기초로 하여 『회장직분』(활판본)을 간행하였다. 르 장드르(Le Gendre) 신부가 저술한 『회장직분』은 기존의 모든 회장 지침서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당시 정착 단계에 들어선 회장 제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비록 제목은 ‘회장직분’이지만, 실제로는 ‘신자들이 신자답게 살고 교회의 가르침을 잘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진 지침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이 책에 수록된 내용은 회장뿐 아니라 모든 교우가 함께 익혀야 할 사항으로 이해되었다.

1910년대부터 본당 신부들 가운데 일부는 연 1회의 ‘회장 피정’을 실시하여 회장들에게 그 직분을 가르쳤다. 이는 공소의 증가와 함께 회장의 수가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체계적인 피정을 위해서는 피정을 위한 지침서가 필요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1931년 김원영 신부가 저술한 『회장피정』(등사본)이다. 조선대목구 설정 100주년을 기념하여 이 책을 저술한 김원영 신부는 피정을 통해 회장들이 영육(靈肉) 간에 도움을 얻어 자신들의 본분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회장피정』(등사본)은 한국 교회에서 저술된 본격적인 ‘회장 피정서’로 평가되며, 여기에는 김원영 신부가 1912년에 저술한 『회장필지』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러한 회장 관련 지침서들은 단순한 직무 안내서를 넘어, 평신도 지도자인 회장을 중심으로 한국 교회가 스스로를 유지하고 성장시켜 나간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라 할 수 있다.